벤치에 앉아
엉겅퀴로 심장을 할퀴어도
붉지 못하는 선혈 눈물 속에
하얀 핏자국만 번진다
북극점 나는 남극점에 있다
그대는 예감했는가
분명 한 길로 시작해서
고지를 향하여 걸었을 뿐인데
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대는
이별을 말한 적 없어도
걷다 걷다 보니 갈래
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
알아 질 때가 있다
가시 돋친 길 파도 치는 길
배 한 척 없는 망망한 바닷길
그대는 예감했는가
나뭇잎은 가을 색으로
물들고 있는데 길을 따라
모두는 걷고 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