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건
그대가 건네주던 커피한잔에
나의 가을 송두리째 가두었으니
아아, 언제까지나 무채색으로 남을 이 가을
바람같은 목소리로 노래 불러주던 사람이여
결코 내 사람일 수 없는 그대와 나...
정녕 어떤 인연으로 세상에 왔을까
까닭없이 혼자 울게 되는 것
단풍보다 진한 빛깔로
낙엽보다 쓸쓸하게 떨어지던 눈물
그 눈물에 젖는 건 내가 아니라 그대였다
사랑은 허공이며 그 허공에
모든 것을 얹을 수도 있는 것
잊는다는 건 세상의 문 하나를 여는 것
끝없는 상실감에 비로소 내가 보이는 것
사랑을 한다는 건 세상의 문 하나를 닫는 것
끝도 없이 가을이 길어지는 것