비를 맞으며
물기찬 안경알은
움추린 몰골 가려 주건만
정거장 모퉁이를 지날때
전기줄에 참새놈
자꾸 치어다 본다
눅눅한 기운이
산동네 가슴팍에
배 - 배 또아리를 튼다
뭉개구름 같은 허영은
빗방울 무게로도 허물어 지고
주머니는 더이상
안식처가 아니다
흙탕물 내뱉고
내빼는 자동차들
질펀한 고갯길에
서투른 걸음마
도시로 나온지
일년도 채 안된 자존심이
홈빡 비에 젖는다.
느닷없이 비가 내리는 날
피할길 없어
그냥 맞는 날
빗줄기 만큼씩
스며드는 초라함