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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8.08.09 00:52

당신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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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에게

 

그러니 당신이 몰고오는

야생수목이 뿜어내는

신선한 산소를 머금은 공기에 놀라

내 폐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지도 모릅니다

그러니 나를 가만 놔두세요

 

더 정직하게 말하지요

나는 너무나 오랫동안

혼자 잠들고 혼자 잠깨고

혼자 술마시는

저 일인분의 고독에

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것입니다

 

나는 오로지 어둠속에서

일인분의 비밀과 일인분의 침묵으로

내 사유를 살찌워 왔습니다

 

내게 고갈과 메마름은

이미 생의 충분조건입니다

 

나는 사막의 모래에 묻혀

일체의 수분을 빼앗긴 채 말라가는

죽은 전갈과도 같습니다

 

내 물병자리의 생은

이제 일인분의 고독과

일인분의 평화

일인분의 자유를

나의 자연으로 받아들입니다

 

그러니 당신은 지금까지 그랬듯이

거기 당신의 자리에 서 있으면 됩니다

 

어느해 여름 우리는 바닷가에서

밤하늘에 쏟아지는 유성우를 함께 바라봤죠

 

그때 당신과 나의 거리

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

그 거리를 유지한채

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

 

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

바다에 내리는 비

그리고 당신

그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입니다

 

하지만 몇날 몇일의 괴로움 숙고 끝에

나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

 

부디 내 거절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빕니다

나는 이미 낡은 시대의 사람이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