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련꽃잎으로 지우다
나는 알지 저 꽃잎이
혼자 되뇌이던 애절한 말이라는 거
함박같은 웃음이 아니라
처절한 기다림으로 왔다는 거
눈 한번 뜨고 나면
허락된 시간 다 가고 마는데
나는 알지 아름다운 건
그렇게 잠시 내다보는
세상이 아니라는 거
그 꽃그늘 아래서
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었다는
시인의 시가 아니라는 거
나는 알지 정녕 아름다운 건
길었던 고독을
후두둑 눈물로 쏟아내고
혼자 돌아서던 꽃잎에
조용히 지워지던 세상이란 거
꽃그림자에 어렸다 드러나는
그런 세상이란 거 나는 알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