슬픔이 기쁨에게
슬픔의 힘에
대한 이야길 하며
기다림의
슬픔까지 걸어가겠다.
추워 떠는 사람들의
슬픔에게 다녀와서
눈 그친 눈길을
너와 함께 걷겠다.
이 세상에 내리던
함박눈을 멈추겠다.
보리밭에 내리던
봄눈들을 데리고
무관심한 너의
사랑을 위해
흘릴 줄 모르는
너의 눈물을 위해
나는 이제 너에게도
기다림을 주겠다.
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
다시 얼어죽을 때
가마니 한 장조차
덮어 주지 않은
내가 어둠 속에서
너를 부를 때
단 한 번도 평등하게
웃어 주질 않은
귤값을 깎으면서
기뻐하던 너를 위하여
나는 슬픔의 평등한
얼굴을 보여 주겠다.
겨울밤 거리에서
귤 몇 개를 놓고
살아온 추위와
떨고 있는 할머니에게
나는 이제 너에게도
슬픔을 주겠다.
사랑보다 소중한
슬픔을 주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