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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8.09.20 21:19

나무와 구름 사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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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군가가 그랬습니다

 

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

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

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

 

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..내 손목을 잡으며

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

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

 

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

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
 

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

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

수 천 수 만번의 애닯고 쓰라린

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
 

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

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

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

 

등나무 그늘에 누워

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

분명, 우리가 다 알지 못할

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

 

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

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

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

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